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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간호사의 힐링 스토리(4)

20년차 간호사의 감사노트

by Lily0123 2023. 11. 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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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히 쌓인 눈과 병원 정원

어느 환자와의 특별한 인연

박00님은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이시다. 어느날 여름, 실버타운에서 박00님과 배우자분인 오00님의 전담 간호사로 처음 인연을 함께 했다. 늘 자식걱정, 남편걱정으로 걱정을 달고 사시는 오00님,, 그리고 불안 불안한 파킨슨 걸음걸이로 담배를 목숨처럼 좋아하시는 박00님은 외래 병원진료가 많으신 분들이었다. 2년 동안 그분들의 전담간호사로 있으면서 때로는 바쁜 보호자 가족들을 대신하여 응급상황 때 응급실을 제일 먼저 달려가고, 제 때 식사를 잘 챙겨드시는지 매일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안부를 확인하곤 했었다. 그리고 정말 운명처럼 본 원 개원일날 박00님을 뵙게 되었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눈에 띄게 걸음걸이가 힘들어진 박00님을 보면서 아, 이젠 정말 이 병원이 박00님에겐 마지막 인생 무대가 될 수 있겠다,, 라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님은 거의 매일 같은 시간대에 환자분을 뵈러 병원에 오신다. 아직 다행이 박00님은 큰 탈 없이 병원 입원생활을 하고 계시지만, 보이지 않은 인생의 끝을 향해 점점 더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환자분은 최근 폐색전증으로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가셨다. 박00님과 그의 배우자분을 함께 지켜보면서 어찌 보면 진짜 가족보다 더 자주 그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생각에 환자분 건강이 나빠지면 제일 먼저 '어머님 건강은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 이런 감정들은 아마 간호사로서 의사처방을 정확히 수행하고 제 때 맞는 시간에 환자 투약을 하는 것 이상의 환자분과 가족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때 드는 기분일 것이다.

 

공감이야 말로 조연배우인 내가 제일 필요한 감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이 점점 더 깊어지면서 내가 맡은 역할이 더욱 더 진실 되고 의미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매일 접하는 수 많은 환자분들 중 한 명이었을 수도 있지만 오랜 세월 주옥같은 인생을 사신 환자분들의 삶과 가족들을 좀 더 이해하고 보니 그 전엔 보이지 않고, 미쳐 깨닫지 못한 가족들의 염려와 불안, 두려움, 감사, 용서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끔씩은 이런 가족들의 불안과 염려가 나를 더욱 더 힘들게하고 지치게 할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그래,, 가족 중에 이렇게 아픈 사람이 있다는것 자체로도 받아들이기 힘들고 벅찰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감당하기에 벅찬 무리한 요구를 하고, 화를 내는 가족분들에게 상처도 받고 상심할 때도 있지만 나의 역할이 주연배우인 환자분들의 마지막 인생이 더욱 더 의미있고 빛날 수 있게 해드리는 조연배우이기 때문에 오늘도 또다른 태양이 뜬다는 마음으로 다시 맘을 다잡고 병원 문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또 어떤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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