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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간호사의 힐링 스토리(3)

20년차 간호사의 감사노트

by Lily0123 2023. 11. 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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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하루

또 다른 분은 기대여명이 한 달 남짓한 말기 암환자 분이셨다. 비교적 말기암환자로 계시기엔 젊은 50대 후반의 여자환자분이셨다. 그 환자분의 아들은 간절한 소망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본인의 결혼식을 올리는 날까지 만이라도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것이었다. 물론 의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결혼식은 기대여명을 넘긴 거의 1달 반 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보호자분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우리도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가슴 아픈 그 아들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루하루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환자분과 가족분들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 환자분은 결혼식 올리기 불과 2시간 전에 숨을 거두었다.

 

허겁지겁 결혼식을 마치고 마지막 어머니의 얼굴을 보기위해 달려온 그 아들의 심정은 그 어떤 단어로 다 표현할 수가 있으랴,, 나 또한 그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가슴 졸이며 보냈던 시간들이 이젠 끝이 나서 허무함, 죄송함, 허탈함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밀려와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엄마 아들로 살게 해줘서 고마워... 엄마 미안해.." 한 없이 흐느껴 울던 가족들의 모습에 임종실 뒤에서 지켜보던 나 또한 가족들의 슬픔이 나의 슬픔처럼 느껴져 감정을 추스리는게 힘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임종을 앞둔 가족들을 보면 나 역시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그 때를 생각하면서 감정이입이 될 때가 있다.

 

남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이 환자분과 가족들에겐 얼마나 간절하고 갖고 싶은 하루였는가... 내 곁에 있는 가족들이 건강하게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그 동안 살면서 익숙한 하루 하루의 시간이 서로의 소중함을 희석시킨 채 내 개인의 만족과 이기심을 더 우위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루 하루 큰 축복을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면서 다른 것들을 더 얻고자 남을 질투하고 시기하던 모습들이 떠오르면서 자기 반성과 자기 성찰이 되었다.

 

연세가 80이신 우리 부모님은 약 2년 전 부모와 자식간에 안부를 묻는 전화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셨다며 내게 알려주셨다. 예전부터 부모님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당신들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셨는데 "이젠 이렇게 내 뜻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인 서류로 남길 수 있어 세상 좋아졌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리 죽음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다 하더라도 막상 죽음앞에 서면 두려울 것이다.. 아니, 두렵다... 어쩌면 부모님보다 내가 더 두려울 지 모르겠다. 그래서 부모님이 선택하신 '존엄한 죽음'의 결정권을 모르는 척 나의 두려움과 죄책감의 감정에 휩싸여 '자식의 생각'으로 부모님의 인생을 결정 해 버리면 안되는데....  그 동안 수 없이 'DNR( Do-Not-Resuscitate) 동의서'를 보면서도 그 일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처럼 느꼈다. 이제부터라도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내 가족들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해야겠다....

 

이런 소중한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 게 해주는 이 일터는 내가 의미있고 보람된 하루로 내 삶을 만들어가는 선물같은 공간이다. 

 

 

만개한 하얀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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