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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간호사의 힐링 스토리(2)

20년차 간호사의 감사노트

by Lily0123 2023. 11.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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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기 전 곱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 나무

우리 가족중에 치매 환자가 생긴다면...?

 

그 날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본다.

 

요양병원에는 혼자 힘으로 걷기 어려운, 휠체어 도움을 받아야 움직이실 수 있는 환자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한00님은 우리병원에 입원하시는 환자분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워커 보행이 가능하고 얼굴 표정에서 환자의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휴,, 중환자가 아니라서 다행이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 환자의 가족분들이신 배우자, 따님, 사위분과 함께 환자분에 대한 기본 정보와 병력을 확인하는데 나와 다르게 걱정스런 눈빛이 가득한 가족분들의 표정이 느껴졌다. “병원 생활 잘 적응하실 수 있도록 도와 드릴테니 너무 염려 마세요.” 라고 정해진 대본의 대사를 가족분들께 나름 자연스럽게 전달 하였으나, 실제 내 속마음은 ‘무엇 때문에 저렇게 걱정이 많으실까?’ 라는 약간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의구심은 입원하신 지 한 달이 지나면서 환자분과 가족분들의 지나온 세월들, 현재 변화된 환자의 모습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불안감을 느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정말 급성기 병원에서는 알기 어려운 통합적 환자 간호를 한다는것이 이런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환자분은 나름 성공하신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사신 분이셨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로 인한 성격 변화는 가족들에겐 더 감당하기 힘든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흔히 치매라고 하면 밥을 던지고, 대 소변을 만지며 소리를 지르는 때로는 공격적인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실제 그런 모습은 치매 중기 이상에서 보여지는 상당히 많이 진행된 후에 나타나는 모습들이다. 오히려 그 때는 가족들도 모두 치매환자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00님처럼 남들이 볼 땐 치매 증상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곁에 있는 가족들 눈에는 분명히 가슴 철렁한 싸한 느낌을 준 변화된 환자 모습을 보았으리라.. 그리고 막연히 치매라는, 앞이 캄캄한 긴 터널을 들어가야 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두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알기 힘든 감정일 것이다.

 

나 역시 교과서에서 얘기하는 치매 가족 돌봄을 실제 이 곳에서 가족들의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아주 조금이나마 공감하려 애쓴다. 감정 조절이 잘 되신 분이었는데 평소와 다르게 욱 하며 화를 내는 모습...이런 행동들이 결국 치매를 진단받고 받아들여야 하는 가족들의 현실... 그런데 이 가족분들은 오히려 간호하는 우리들에게 더 감사하다며 다른 병원에선 느낄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을 얻고 간다는 말씀으로 나를 더 부끄럽고 겸손하게 만드셨다.

 

결국 한00님은 집 가까운 타 병원으로 전원을 하셨는데, 환자분의 가족들이 보여준 모습들이 인상 깊어 쉽게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따님께 “치매 환자 가족이 있다는게 정말 받아들이기 어렵고 고통스러울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환자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주시고 가족분들이 함께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말씀드린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치매 환자의 배회를 줄이기 위한 한 방법으로 E/V에 그림을 그려서 밖으로 나가려는 행동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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