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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간호사의 힐링 스토리(1)

20년차 간호사의 감사노트

by Lily0123 2023. 11. 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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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봄 병원 옥상에서..

인생의 마지막 빛나는 무대 

 

요양병원은 긴 장막극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는 작은 무대와 같다. 병원 배경이 펼쳐지고 그 안의 등장 인물들은 다양하다. 나 역시 수많은 등장 인물들 중 하나이다. 주연배우인 환자분의 입원 생활을 좀 더 빛나고 아름답게 삶의 마지막을 기억해 드리는 게 조연배우인 내가 맡은 배역이다. 그런데 아직 미숙한 탓에 "NG"가 나오게 된다. 그 때 마다 나는 생각한다. '아,, 진짜 다시 한번 더 이 장면을 되돌리고 싶다.."라고...

 

하지만 안타깝게 여기서는 한 번뿐인 인생의 시간인지라 아쉽고 후회스런 마음을 가슴에 담고 다음 장면을 계속 준비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때로는 나의 배역이 보람되고 감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기억 장면들이 지금도 나를 이 곳에 계속 조연배우로 버티게 해주는 힘이라 생각한다.

 

내 삶의 마지막은 어떻게 기억될까, 우리 부모님이 주연배우인 마지막 삶의 여정에서 나의 조연배우 역할은 어떻게 해야할까? 

어찌보면 남들보다 좀 더 일찍 30대부터 이런 고민들과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내 삶의 방향에 영향을 주었다.

노인전문간호사로서 하루 대부분을 70대 이상 주연배우들을 대하는 일상은 어떨까? 생각보다 재미없고 새로운 것이 없어보이는가?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병원 간호사로 있다 보면 일년에도 몇 번씩 재입원을 하는 환자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적으로 기력이 쇠하거나, 컨디션 악화로 인해 마지막에는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도 마주치게 된다. 마음을 다잡고 죽음을 애써 덤덤히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환자 보호자분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 또한 그들과 환자 보호자와의 인연으로 함께한 세월이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슬픔이 밀려올 때도 있다. 

 

그 들이 주연배우로서 예전 삶들의 다양한 점들과 선이 모여 지금의 눈 앞의 실체가 될 때까지 한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해 주는 역할이 나로서는 지금의 하루를 더 감사하게 만든다. 어찌보면 요양병원에서 병 들고 노쇠한 노인의 하루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순간이 누구나 언제라도 올 수 있다. 이미 우리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않는가.. 고통과 질병이 있기에 그들과 나의 삶은 연결될 수 있고 그 연결고리가 살아가는 의미, 가치를 부여하는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결국 늙고 어느 순간 죽음 앞에 선다. 간호사로서 어찌 보면 남들보다 더 많이 죽음 앞 그 찰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마주친다. 그 때마다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지켜보고 있던 환자 보호자들의 슬픔을 위로하며, 한 인간의 마지막을 함께 떠나보내는 짧지만 강렬한 기억들은 오래 남는다. 병 들고 지친 삶은 그 자체로 돌봄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게 나의 조연배우의 역할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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